Foghorn

sound, single-channel video, 8’34”, 2019     

 글: 변지수 (독립큐레이터)

서소형 작가의 새 작업 „포그혼“(2019)에서 발견되는 사운드가 가지는 유연성에 대해

영상과 사운드가 이루는 촘촘한 결

개념 미술가이자 „사운드 아트“ 잡지의 편집자인 윌리엄 펄롱(William Purlong)은, „최근 예술에서의 사운드“라는 글에서 „

사운드는 뚜렷한 구별이 되는 카테고리를 성립시키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카테고리가 제한을 주고, 일정 부분의 가치를 무시하게 하며, 작업 환경에 있어 제약이 될 수 있기에, 이는 역으로 사운드에 있어 이점으로 작용한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가 말하는

사운드가 가지는 또 다른 긍정적인 부분은,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에 주목하며, 이를 일깨움으로써, 또 다른 구성 요소와 전략으로써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1

이번 서소형 작가의 신작 „포그혼“(8‘34“, 2019)에는 갯벌 영상과 무적(霧笛)의 소리가 함께 이루는 촘촘한 결2이 돋보인다.

서 작가는 펄롱이 말하는 사운드가 가진 가능성을 십분 활용하고, 하나의 전략으로써 유연하게 사용한다.

영상에 담긴 선감 갯벌은 서 작가가 현재 거주하며, 작업해 오고 있는 경기 창작 레지던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카메라는

밀물과 썰물로 인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물결의 움직임, 해무에 쌓여 미스테리한 표정을, 혹은 바닷물이 밀려나간 후, 사뭇 생경한 표정을 짓는 갯벌을 아주 느린 호흡으로 담는다. 더욱이 영상에 담긴 갯벌은 분주한 일손이나 사람의 흔적이 없는 장소로, 작은

생명체들과 새들이 그 주된 거주자들로써 모습을 드러낸다.

소리와 일정 이미지의 콜라주

„콜라주, 병치, 축소와 부가, 대조, 추상적 혹은 사실적 표현등과 같은 모든 기술은 사운드 작업을 하는 예술가에게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또한 듣는 이의 심상에 시각적 이미지를 형성하게 하는 가능성을 포함하기도 한다.“3

펄롱은 위처럼 사운드 예술에서의 작업방식이 회화나 조각과 같은 전통적 미디어가 많은 부분에서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포그혼“에서 작가는 무적 소리가 지니는 본래의 성질인 안개에 대한 배를 위한 경고의 기능에 주목하고, 이를 갯벌의 생태계를 파괴해 온 인간의 이기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치환하는 시도를 한다. 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때로는 홀로 화면을

지배하는 확성기가 이 „가져다 붙인“ 무적의 소리와 만나는 부분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이것은 예술가가 최대한의 제어를 가짐을 의미한다.

펄롱은 1970년대 중반을 사운드가 본격적으로 예술에 편입되기 시작한 시기로 꼽는다. 그는 그 이유로 예술가들이 녹음 기술에

대한 접근을 통해 사운드를 매체로 하는 작업에 온전히 임할 수 있었음을 꼽는다. 또한 그는 70년대 이전의 예술 작업에 있어

사운드가 대부분 라이브 이벤트를 녹음하는 것에 한정되었으며, 이러한 환경은 작가들로부터 녹음 과정, 그 자체가 가지는

창조적인 가능성에서 멀어지게 하였다는 지적을 한다. 그의 이러한 언급은 70년대를 기점으로 사운드가 예술에서 가지는 위치의 차이를 명백히 한다.4 “포그혼“에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는 웹상에 올려진 소리를 작가적 의도에 맞게 변형하여 사용하여 사용한 것이다.  작가는 소리의 피치를 조정함으로써, 마치 „명상의 공간을 만들면서 훼손된 자연을 위로하는 듯한 느낌“을 부각시켰다. 

녹음 과정과 그 결과로 나타난 소리, 혹은 실험 음악에서 더 나아가,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접근이 가능하고, 공유가 허용된

폭넓은 소리는 현대 사운드 아티스트 세대에 있어, 소리에의 접근성과 창조적 활용을 용이하게 한다. 이는 동시에, 이는 현대를

바라보게 하는, 더 큰 창이 된다.  

배경음을 통한 실험적인 시도

„포그혼“의 소리는 바다의 이미지와 함께, 혹은 이미지와 따로 떨어져서 듣는 이에게 사유의 공간을 형성한다. 복도라는 외부 공간에 홀로 설치된 사운드는 배경음이 공간에 부여하는 „색조“적 역할을 연상시킨다.5 소리의 „색조“는 음악가이자, 예술가인 브라이언 엔노(Brian Eno)에 의해 화자되었는데, 이는 데이비드 튭(David Toop)에 의해 „오션스 오브 사운드“에서 언급되었다. 튭은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배경 음악의 역할에 대한 엔노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어느 공상과학 소설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그의 상상력의 중심부에는 현재-일상적 현실의 응집이 존재한다. 배경 음악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 대부분은 여가를 추구하는, 아주 섬세한 종족의 분류, 주로 전통적인 분류에 의한 것이다: 하이-테크 레스토랑은 1955년도와 1965년도를 배경으로 하는 재즈 음악을 틀며, 나무와 포스터 바는 소위 „뿌리“그리고, „세계적인“ 음악을, 펍은 70년대 팝송을, 인디언 레스토랑은 발리우드 영화음악을(...)“6

 

 엔노는 배경음이 우리 일상에서 무작위적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며, 그 목적과 구분 방식이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가운데,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꼬집으며, 이에 대한 진지한 고려를 촉구한다. 더 나아가 그는 다음과 같이 „아마추어 향수 제조자“.

„이러한 모든 활성화 요소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부족하다면, 이는 무장해제된 상태이자, 걱정스러운, 혹은 마음을 뺏긴 노예의

상태이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 점점 더 관심과 활동의 주된 대상이 부재하는, 표류중인 채,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있는 것이다. (...) 나는 그러기에 우리 모두가 아마추어 향수 제조자가 되어, 수많은 재료로 가득한 거대한 도서관을 향해 호기심 가득

찬 손길을 뻗는 가운데, 각자가 자신의 용도에 적합한 조합을 실험해 보는 것을 바라보는 것에, 더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

경험을 모으는- 더 나은 추측을 형성하는 가능성을 – 어떠한 확실성에 대한 요구도 없이 말이다.“7

 

1 칼렙 켈리(Caleb Kelly) 발행, „사운드(Sound)“, 2005, 67쪽, - 윌리암 펄롱(William Furlong), „최근 예술에서의 사운드“, 1994.

2 구성, 조직, 혹은 섬유의 배열 형식·방향으로써 결, 직조가 촘촘한 천, 혹은 촘촘한 결은 „close textured”라는 단어로 작은 구멍이 없는 촘촘한 빵의 형태를 나타내는 제빵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칼렙 켈리 발행, 2005, 68쪽.

칼렙 켈리 발행, 2005, 69.-70 쪽. 크리스토프 콕스는 7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사운드 아트가 예술작업과 미술 전시, 미술관과 갤러리, 대학 기관에 의해 공식적으로 편입되는 과정을 짧게 요약하여 보여준다. „크리스토프 콕스: 음악에서

사운드로: 소닉 아트에 있어서 시간으로써의 존재“를 참조.

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포그혼“작업의 두 개의 다른 설치 방식(전시장 안의 영상과 사운드 동시 설치와 복도의 사운드 설치)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방식이 아니었음을 밝히기도, 그 결과로써, 공간이 지닌 특성에 의한 사운드의 반향에 대한 만족을 표하기도

했다.

6 데이비드 튭, 사운드의 해양, 2018, 13쪽.

7 데이비드 튭, 2018, 14쪽.

2019. 11.

Foghorn

2019, sound, 8’16”, site-specific    

00:00 / 08:16

 © Hye-Soon Seo